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 × US2》를 개최한다. 전시는 문신(文信)의 초기 조각인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 에서 시작되었다. 현재는 소실되어 자료로만 존재하는 이 작품은 문신의 실험적인 추상 조각으로 비정형적인 형태, 창문처럼 뚫린 구멍, 비어있는 내부, 아크릴판을 통해 빨강, 파랑, 녹색 등의 색 광선이 은은하게 비쳐나오는 조명을 특징으로 한다. 그때 당시 작품을 본 관람객들이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이라 이름 붙였다.
작품에서 ‘살 수 있는’은 어떤 의미일까. 상상해 보건대 작품의 제목이 의미하는 ‘살 수 있다’는 단순히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과 환경을 뜻하기보다 우리의 삶을 이루는 근원과 본질, 이를테면 사람 간의 관계, 생동하는 생명,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 무한한 에너지 등과 같은 것들을 의미하지 않았을까.
본 전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추적하고 탐색하여 ‘지금, 현재, 이 시대’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 정혜련과 함께 문신의 작품세계를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그 시간을 탐구해보자는 제안이다. 특히 정혜련의 작업이 공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며, 보는 이에 따라 그 의미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작가의 시도는 작품을 대면한 감상자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문신의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에 내포된 ‘삶(살 수 있는)’의 의미와 함께 그의 실험적인 예술세계를 상상하고 탐닉해볼 수 있도록 한다.
작가는 우리(US), 세계(Earth)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 상호 간의 유기적인 관계에 대한 사유를 ‘비정형적인 드로잉’의 형태로 시각화한다. 작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빛이 움직이거나 선들이 증식하고 확장하는 유동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의 가변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일정한 형태로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삶을 이루는 다층적인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세계로의 확장성을 드러낸다.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 × US2》는 작가가 지난 2021년부터 우리가 속한 세계를 탐색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상정한 공간, 그 너머의 무한함을 만끽하고,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속에서 ‘자신이 살 수 있는 삶’이란 어떤 의미일지 고찰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 작가 소개 - 정혜련 JHR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공간의 형태와 역사를 표현하는 작가 정혜련(b.1977)은 작품을 통해 외부 환경으로서 존재하는 공간이 어떻게 인간 개인의 삶과 유기적 연관을 맺고 상호작용하는지 추적해왔다. 작가는 현실에 천착한 문제의식을 공간의 점유와 관련해 상징적으로 읽어내고 그 유동적 속성 및 변화 가능성을 ‘드로잉’의 형태로 표현해왔다. 팬데믹 이후 정혜련은 인간이 속한 세계로서 가상(디지털)의 영역까지 포괄하며 미디어 매체를 이용해 작품세계를 확장시킨다. 최근작을 통해 작가는 신체적·물리적 존재론을 넘어 비물질 공간을 유영하는 현대의 세태를 새로운 상상적 시공간으로 그려낸다. 마찰 없이 매끄러워 보이는 가상공간과 축적된 현실의 세계를 암시적으로 연결하며 작가는 탈경계의 공간 속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의미 생성 방식을 탐구한다.
정혜련은 부산대학교에서 미술학과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Treasure island》(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진주, 2020), 《-1의 풍경》(아디시에즈 아트센터, 프랑스, 2019) 《개관전 아티스트 프로젝트Ⅱ》(부산 현대미술관, 부산, 2018)----이 있으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22), 부산시립미술관(2021), 켄포쿠 아트 트리엔날레(2016), 창원조각비엔날레(2014), APmap(2013), 부산비엔날레(2010)등 국내외 유수의 기획전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제1회 수림문화재단 수림미술상(2017), 김종영미술관 올해의 젊은 작가상(2012)을 수상했으며, 부산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OCI미술관, 성곡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