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잘 있습니다》는 중부경남의 문화예술 요충지로서 자리했던 예향의 도시 마산을 거쳐 간 1940~70년대 회화를 동시대로 소환하여, 경남미술의 태동과 격동기를 지켜봐 온 바다를 주제로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방전후 우리 손으로 미술을 꽃피우고자 희망의 파도를 일으켰던 작가 10명의 27점의 작품과 70여 점의 아카이브를 소개합니다. 민족의 아픔, 극단적 대립과 갈등, 정치·사회적 혼란기에도 불구하고 순수예술을 꽃피우고자 했던 예술인들의 시대적 마음은 출렁이는 파도와 같았을까요, 품을 내어주는 바다와 같았을까요.
바다는 고향입니다. 인류의 시작은 바다라는데, 마음속 깊이 정든 곳은 역시 바다였을 겁니다. 유학길에 올랐던 예술가들은 해방 이후 조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임호, 이림, 문신 등 20대 청년이었던 화가들은 마산화단을 정비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예술인들과 교류했는데, 특히 주목 할만한 전시는 1947년 마산백화점에서 열린 《제1회 미술전람회》로 당시 마산을 중심으로 부산, 진주, 서울을 연결하는 전시가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참가한 작가로는 임호, 이림, 문신, 최운, 김종식, 우신출 등 39명이 참여했으며, 작품 108점이 출품되었습니다.
바다는 매일 변화합니다. 아침햇살에는 눈부신 은빛으로 밤의 달빛에는 찬란한 금빛으로, 낮에는 영원한 푸르름으로 밤에는 깊은 어두움으로.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스스로 화가의 길을 개척해 나갔던 우신출은 경상남도 문교과 팀장으로 근무하며 영화 「낙동강」(1952)을 기획해 시인, 작곡가 등과 함께 교류하며 문화영화를 만들었으며, 전혁림과 강신석은 시인들과 교류하며 여러 차례 시화전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최영림은 추상화가가 그려낸 구상화를 모티브로 1967년 《구상전》을 창립한 멤버였습니다.
바다는 시작과 끝이라는 경계가 없습니다. 바다는 지구를 둘러싼 거대한 물로, 물의 형태는 물리적으로 구분되는 출발점도 종점도 없습니다. 김종식은 하늘빛을 닮은 바다, 바닷빛을 닮은 하늘로 경계 없는 바다의 정취를 독자적인 필치로 그려냈으며, 최운은 캔버스에 유채를 올리는 전통 서양화의 방식에서 벗어나 종이에 젯소를 두텁게 바르고 마치 수묵화를 그리듯 갈필한 유화를 선보였습니다. 거기에 성백주는 거의 전 연령을 포괄하여 70대의 노화가에서부터 30대의 젊은 화가로 구성한 부산 창립 「한국신자유미술가회」의 회원이기도 했습니다.
바다는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오래전 바다의 지평선들은 서로의 그림과 함께 이어지며 전시실 밖 마산만까지 이어 우리를 안아줍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문신미술관을 둘러싼 바다를 주제로 가슴속에 출렁이는 파도와 낭만을 품고 살았던 작가들의 애향심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전 시 명 : 《지역 근현대 미술전 : 바다는 잘 있습니다》
◎ 전시기간 : 2023. 12. 12.(화) ~ 2024. 4. 28.(금)
◎ 전시장소 : 문신미술관 제2전시관
◎ 참여작가 : 강신석, 김종식, 문신, 성백주, 우신출, 이림, 임호, 전혁림, 최영림, 최운
◎ 규 모 : 회화 26점, 드로잉 1점, 아카이브 70여점 (아카이브 : 도서, 신문자료, 사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