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문신 10주기 추모전 개최
(서울=연합뉴스) 류창석 기자 = 자연의 생명력을 대칭과 비대칭의 절묘한 조화 로 풀어낸 조각가 문신(1923-1995) 씨가 타계한 지 어느덧 10년, 그의 10주기를 맞아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종로구 평창동의 가나아트센터에서 4월 1일부터 열리는 이 전시에는 흑단작품과 석고원형, 드로잉, 불빛 조각 등 100여 점이 선보인다.
흑단을 자르고 파낸 뒤 윤이 나도록 문지른 흑단조각은 문신의 조각을 대표하는 것으로 나무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금속성을 부여받음으로써 도시적 세련미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흑단조각과 함께 작고하기 이전 말년에 만들어진 미공개 브론즈 조각과 석고원형, 불빛 조각도 선보인다.
석고 원형 조각은 브론즈 조각이 주조되기 이전 첫 단계로 만들어진 작가의 체온이 담긴 작품으로 브론즈 작품의 탄생과정을 보여준다.
마산시립 문신미술관에서 전등을 달아 밤하늘을 밝혔던 불빛 조각은 빨강과 노랑으로 채색돼 가나아트센터의 야외전시장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1960-70년대 파리를 주무대로 활동한 문신은 균제미, 즉 시메트리(symmetry)의 대가로 꼽힌다.
자연이 가진 좌우대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기하학적 추상조각이지만 곤충과 새, 꽃 등을 연상시킨다.
그의 작품은 대칭의 세계를 지향하나 절대적 대칭은 아니다. 간결하고 풍만한 선속에 대칭과 비대칭을 절묘하게 조화시킴으로써 우주의 생명과 자연의 생명력을 시각화하고 있는 것이다.
생전의 작가노트에서 "나는 노예처럼 작업하고, 나는 서민과 함께 생활하고, 나는 신처럼 창조한다"고 말한 고인에 대해 정준모 덕수궁미술관 관장은 "인간과 예술의 본질이라 할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추상조각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며 한국미술의 국제화 즉 세계무대 도약을 주도하고 스스로 시도한 예술가"라고 평했다.
미술평론가 조은정 씨도 "나무든 청동이든 스테인리스 스틸이든 모든 재료가 하나의 신물질로 변하게 하는 연금술사와 같은 손을 지녔다"고 평했다.
고인의 부인 최성숙(60)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장은 "사람을 만나거나 놀러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혼자 예술의 삼매경속에 살고 있을 뿐이었다"고 생전의 남편 모습을 회고했다.
전시는 4월24일까지. ☎02-720-1020.
전시와 함께 고인의 조각 91점을 수록한 조각집과 80여점의 채색화를 실은 드로잉집 등 총 2권의 기념도록도 발간된다.
한편 마산시립 문신미술관(☎ 055-247-2100)에서도 문신 일대기 사진과 친필 원고전이 8월 28일까지 개최되며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02-710-9280)은 대표 조각작과 드로잉을 모아 5월 10일부터 개관 1주년 기념전을 개최한다.
[출 처 : 연합뉴스 류창석 기자 200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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